필요할 땐 사회구성원, 지원해야 할 땐 비국민?
: 재난지원금에서 정부가 또 이주민 배제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9월 6일부터 지급
위와 같은 제목으로 8월 30일 정부 부처 공동(기획재정부 복지예산과/행정예산과, 행정안전부 재정정책과, 보건복지부 급여기준과)으로 브리핑을 개최하고 보도자료를 발표하였다. 정부는 ‘신속하고 원활한 국민지원금 지급’을 위해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범정부 TF]를 꾸려 8차례에 걸쳐 회의를 통해 신청방법과 지급수단, 사용처 등을 검토했다고 한다. 2021년 6월 부과된 건강보험료 가구별 합산액을 기준으로 하여 기준을 충족하는 사람에게 1인당 25만원을 지급한다.
“재외국민에 대해서는 주민등록표에 등재되어 있으면서 국민과 동일한 건강보험 자격을 보유한 경우, 외국인은 내국인이 1인 이상 포함된 주민등록표에 등재되어 있고 국민과 동일한 건강보험 자격을 보유한 경우 지급대상에 포함한다. 단, 영주권자(F-5), 결혼이민자(F-6)는 주민등록과 무관하게 건강보험 자격을 보유한 경우 지급대상에 포함한다.”
이번에도 대다수 이주민은 배제
범정부TF에서는 이주민들이 지원금에서 배제되는 것에 대해 얼마나 박탈감과 소외감을 느끼고 차별받는다 생각하는지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논의된 적이 있을까? 2021년 7월 통계에 따르면, 전체 이주민은 1,974,141명이고 그 중 3개월 이상 장기체류 이주민만 해도 1,563,550명이다. 그런데 정부 기준인, 영주권자와 결혼이민자 및 내국인 포함된 주민등록에 올라 있으면서 건강보험 자격이 있는 이주민은 약 30만 명으로 추정된다. (영주권자 164,945명, 결혼이민자 134,097명) 즉 156만 장기체류자 가운데 120만 명 이상이 배제되는 것이다.
5차 재난지원금인 이번 국민지원금 대상에서 지급 기준을 이렇게 정한 이유는 보도자료에 나와 있지도 않다. 다만 “국내에 거주하는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하되”라고 쓰고 재외국민과 외국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걸로 보아, ‘원칙은 국적자, 비국적자는 예외’인 걸로 보인다. 왜 영주권자와 결혼이민자만 주 대상으로 하는지도 설명이 없다. 작년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할 때에 “국민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이라고 표현한 것을 떠올려 보면, 아마도 작년 기준을 그대로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바이러스 확진과 피해는 누구도 예외 없다
그러나 작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각종 코로나 재난지원정책, 재난지원금 지급 정책에서 이주민이 배제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바이러스에 눈이 달려서 이주민만 빗겨가는 것도 아니며, 이주민들은 오히려 평상시 더 차별과 혐오에 노출되어 있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이 많다. 잠재적 바이러스 전파자 취급을 받아서 일터에서 제일 먼저 소리 소문도 없이 쫓겨난 이들이 이주민들이었고, 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다고 공적 마스크도 살 수 없었던 이들이 이주민들이었다.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들은 고용보험이 임의가입이라 사업주들이 가입시켜주지 않기 때문에, 고용보험을 기반으로 한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실업급여 등에서도 배제되었다. 피해의 강도로 따지면 우선적으로 지원대상에 포함되어야 할 집단 중의 하나인 것이다.
경제·사회적 기여, 방역 책임과 의무도 같이 지고 있다
혹자는 이주민들이 세금이나 사회보험을 내지 않으니 지원정책의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실상을 아무 것도 모르고 하는 얘기일 뿐이다. 일을 하는 이주민, 이주노동자들은 근로소득세를 내고 지방세를 내고 심지어 주민세도 낸다.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고 소비하며 각종 간접세를 낸다. 2017년도에 외국인 납부세금은 1조 2천억이고 매해 늘고 있다. 건강보험료도 다 낸다(이용할 가능성도 거의 없는 장기요양보험료도 낸다). 지역가입자로 되어 있는 이주민들은 ‘가입자 평균 보험료’를 내야 해서 최저임금 이하를 받더라도 월 13만원이 넘게 낸다. 그래서 건강보험 외국인 가입자 보험료는 해마다 2천억 이상 흑자를 내고 있다. 이주민들의 경제적 기여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민정책연구원은 2017년 이민자의 경제유발 효과가 74조원이라고 하며 계속 증가한다고 했는데 이와 유사한 연구 보고가 많이 있다.
방역에 대한 책임과 의무 역시 이주민들도 동일하게 지고 있다. 이 사회에서 살아가며 정부의 방역대책과 그에 따른 의무와 처벌 역시 같이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사업주들이 이주노동자를 사업장 밖으로 못나가게 한다든지,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하여 외국인 고용사업장 전체를 차별적으로 검사받게 하는 행정명령의 대상이 된다든지 하는 억울한 일을 종종 당한다.
국제 국내 인권규범을 보더라도 평등하게 지원해야 한다
작년 4월에 이주인권단체 공동으로 국가인권위에 서울과 경기도의 재난지원금 이주민 배제 문제를 진정했고 인권위는 이에 대해 2개월만에 지급 권고 결정을 내렸다. “헌법과 지방자치법 등 국내법령, 코로나19 재난상황에서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UN과 국제사회의 결정 등을 기준으로 하여, 재난긴급지원금 정책에서 주민으로 등록되어 있는 외국인주민을 달리 대우하고 있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로, 헌법 제11조, 인종차별철폐협약 등 국제인권규범에 위반되고,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UN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2018년에 한국에 ‘사회보장제도에서 여러 이주민 집단이 배제되고 있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영토 내 생활하는 모든 사람이 국적과 무관하게 기본 사회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을 권고하였다. 헌법에서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규정하고 있고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이주민에게도 적용된다.
한편, 작년에 지자체에 대해서는 지급 권고 결정을 했던 인권위가 중앙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배제에 대한 진정에 대해서는 정부 눈치를 본 것인지 기각결정을 했다. 중앙정부 관련법에는 외국인주민 규정이 없다는 논리였는데 이는 인권규범과 권리보장보다는 지나치게 법만 따진 결정으로 비판받았다. 그러면서도, 난민으로 인정된 이주민조차 재난지원금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을 지적하며 이들을 포함시킬 것과 향후 이러한 재난지원정책에 있어 이주민 범위를 확대할 것을 권고하였다. 그런데 이번에 정부는 난민인정자도 배제했다.
결국, 이 사회의 같은 구성원이다
국민은 주고 비국민 대다수는 안주는 방식은 200만 이주민 시대에 맞지 않으며 정부가 이야기하는 사회통합에도 정면으로 어긋난다. 결혼이주민과 영주권자만 지원 대상으로 하는 것은 근거도 정당성도 없다. 이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소위 ‘국민’과 밀접한 연관이 없는 이주민이 어디 있단 말인가. 같은 사업장에서 일하는데 누구는 영주권자라서 재난지원금을 받고, 누구는 10년 넘게 일해도 동포비자 소지자나 이주노동자라서 받지 못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이주민을 위계화 하여 서구 출신 투자자나 전문인력을 우대하고 결혼이주민은 동화 대상으로 삼고 이주노동자는 관리·통제, 미등록이주민은 배제와 추방 대상으로만 여기는 인종차별적 이민정책이 하루이틀 비판받아온 것은 아니지만, 재난시기마저 그러한 차별적 정책을 고수해야 한단 말인가.
“우리는 여기 사는 사람이 아닌가요?”라는 물음에 합당한 답을 정부와 사회가 해야 한다. 이주민을 동원하고 필요로 할 때만 사회구성원 취급을 하고, 정작 지원을 해야 할 때는 내팽개치는 정책이 지속되어서는 안된다. 이주민들은 마음대로 쓰다 버리는 일회용 사람이 아니다. 결국 국민이라는 범주, 국가(국민)주의를 넘어 같은 ‘사회구성원’의 범주로 틀을 바꿔야 한다. 배제와 차별이 아니라 포괄과 평등으로 가야 한다.
글 | 정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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