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기숙사 사진전- 코리안 드림: 사람 사는 집?
기숙사, 안전하고 쾌적한 주거?
건축법 시행령에서 기숙사는 “학교 또는 공장 등의 학생 또는 종업원 등을 위하여 쓰는 것으로서 1개 동의 공동취사시설 이용 세대 수가 전체의 50% 이상인 것”으로 되어 있다. 고용노동부의 용어해설집에서는 “기숙사라함은 사용자가 고용하고 있는 다수의 근로자에게 공동생활을 영위하도록 제공한 숙사를 말한다”고 하고 있다.
그리고 근로기준법에서는 다음과 같이 사업주에게 기숙사에 관한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제100조의2(부속 기숙사의 유지관리 의무) 사용자는 제100조에 따라 설치한 부속 기숙사에 대하여 근로자의 건강 유지, 사생활 보호 등을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또한 제 100조(부속기숙사의 설치·운영기준)에서는 1.기숙사의 구조와 설비 2.기숙사의 설치 장소 3.기숙사의 주거 환경 조성 4.기숙사의 면적 5.그 밖에 근로자의 안전하고 쾌적한 주거를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대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과거에는 내국인 노동자들이 주로 공단이나 산업현장의 기숙사 생활을 했다. 물론 지금도 기숙사에 있는 내국인 노동자들이 있는데, 주로 현대식 건물에 위생과 냉난방, 사생활보호가 잘 갖춰진 시설들이다. 그런데 예외적으로 열악한 숙소 시설에 방치되어 있는 이들이 있다. 바로 이주노동자들이다. 괜찮은 숙소에 사는 이주노동자들은 별로 많지 않다.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조립식패널, 부속 가건물…
이주노동자들은 대개 아파트나 단독주택, 빌라 같은 정식 주거용 건물보다는 비주거용 임시가건물에 사는 경우가 많다. 노동부 조사로도 70퍼센트가 그렇다고 한다. 가장 큰 이유는 돈을 적게 들이고 일터에서 언제든지 일을 시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현행 고용허가제 하에서 이주노동자는 사업장 변경도 마음대로 할 수 없고 모든 권한이 사업주에게 있어서 노동조건이나 주거환경을 개선해 달라고 사업주에게 요구하기도 어렵다.
이러한 상황은 조건이 열악한 농축산어업에서 더 심각하다. 작년 말에 경기도 포천에서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故속헹씨가 영하 18도까지 내려가는 한파 속에서 비닐하우스 내 숙소에서 자다가 사망한 사건은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속헹씨가 일했던 비닐하우스 농장은 대개가 그러하듯이 숙소를 비닐하우스 내 조립식패널로 만들어놓고 하우스는 검은 비닐로 씌워 놓았다. 비닐하우스를 주거용 숙소로 사용하는 것 자체가 건축법, 농지법 위반이기 때문에 이를 가리기 위해 검은 비닐로 덮어 놓는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불법 임시가건물을 그 동안 정부가 묵인, 방조해 왔다는 것이다. 심지어 2017년에는 노동부가 ‘외국인근로자 숙식정보 제공 및 비용징수 관련 업무지침’을 만들어, 사업주들이 노동자 임금의 8~20%를 뗄 수 있도록 해 놓았다. 과도한 숙식비 공제를 막는다는 명분이었지만, 농업에서 사업주들은 최대치를 뗐다. 예를 들어 10시간 일을 시키면서도 근로계약서에는 2시간을 휴게시간으로 해놓아서 2시간분의 임금을 원천적으로 주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더해서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조립식패널 숙소에 대해 15만원, 20만원 혹은 그 이상을 받는 식이다. 그러면 노동자들은 시간당 최저임금에도 못미치는 월급에서 이리저리 떼여서 손에 쥐는 것은 130-140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사업주가 ‘월세장사’를 하도록 정부가 조장한 꼴인 것이다.
오래된 외침- 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
비닐하우스로 상징되는 열악한 숙소에 대해 이주노동자 권리운동 단체들은 십여 년간 ‘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라는 슬로건으로 근본적 개선을 촉구해 왔다. 이러한 노력의 와중에, 속헹씨의 안타까운 죽음이 불러온 광범위한 사회적 비난여론과 압박으로 인해 정부는 대책을 내놓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단체들의 연대기구인 ‘이주노동자 기숙사 산재사망 대책위’에서는 대책이 반쪽짜리라고 비판하고 있다. 정부 대책이 ‘비닐하우스 안’의 임시가건물만 금지할 뿐, 바깥의 임시가건물들에 대해서는 지자체의 신고필증 등을 조건으로 허용을 터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미흡한 대책 진전에 대한 역풍도 존재한다. 농업 사업주 단체들이 기숙사 개선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당장 다른 대체 숙소를 구하기 어려우니 개선 시기를 유예해 달라는 것과, 신고필증이나 건축물대장 등록이 어려우므로 이를 제외시켜 달라는 것, 즉 현재 농지위에 있는 가건물 숙소를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9월 1일까지 유예기간을 부여한 상황이다(제조업 등에 대해서는 7월 1일까지 유예기간 부여). 그래서 아직까지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숙소 환경 개선은 더디기만 한 상황이다. 정말 이주노동자들은 계속 열악한 숙소에 거주해야 하는 걸까.
숙사 사진전- 실태를 직접 드러내기
기숙사대책위, 이주노조, 민주노총, 이주노동희망센터, 이주노동자평등연대 등 단체들은 이주노동자 기숙사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사진전을 열기로 하였다. 처음에는 온라인 페이지를 만들어서, 그동안 각 단체에서 수집한 숙소 사진들을 모아 전시하는 것을 추진하다가 차제에 오프라인에서도 전시회를 해서 캠페인의 효과를 높이자고 의견을 모았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고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많은 노력들이 더해져서 사진전을 열 수 있었다. 우선 4월 14일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오프라인 전시회를 시작했다. 21일에는 여의도공원 앞, 28일에는 상암SBS프리즘타워 앞, 5월 12일에는 동대문DDP 서편광장에서 진행했고, 26일에는 다시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마무리 전시를 할 예정이다.
온라인 역시 이주노동희망센터와 문자당의 협력으로 4월 25일부터 사진전 페이지가 오픈되어 전시가 진행 중이다.(http://ijunodong.org/house) 각 사진 자료들은 지구인의 정류장, 이주노조 (MTU), 성서공단노조,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 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 이주노동희망센터, 정치하는엄마들, 광주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등에서 모아 주었다. 섹알 마문, 정소희 감독은 직접 만든 ‘비닐하우슨 집이 아니다’ 다큐멘터리를 선뜻 페이지에 올려서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온라인 페이지에 접속자가 몰려 서버호스팅 용량을 몇 번이나 늘려야 할 정도로 호응이 있었다.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주거환경 보장으로 이어져야
사진 하나하나가 절절한 이주노동자 기숙사 사진전은 실태를 드러내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실질적인 주거환경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지난한 활동의 한 과정이기도 하다. 과연 이주노동자는 열악한 숙소에서 힘들고 어렵게 살아도 되는 것인가? 더 이상 속헹씨와 같은 비극적인 사건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정부, 지자체, 사업주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주노동자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주거환경을 보장하기 위해 어떤 개선 대책을 실시해야 하는가? 이러한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내놓아야 하고 노동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있어야 한다.
글·사진 | 정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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