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마틴 루터 킹목사의 서거 50주년을 기념하며’
지난 4월 4일은 1968년 인종차별에 저항하며 싸운 대표적인 인물인 마틴 루터 킹목사의 서거 50주년이었다. 테네시주 멤피스의 환경미화원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하기 위해 선 로레인 모텔 306호 발코니에서 총격을 받아 39세의 젊은 나이를 마감한 날이었다. 이후 세계는 인종차별의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그의 저항정신을 기억하며 함께 투쟁에 나서게 되었다. 그러나 그가 서거한 지 50년, 미국의 상황은 트럼프 정권이후 백인들의 인종차별적 행태는 끔찍할 정도로 악화 일로에 놓여 있다.
미국의 역사를 볼 때 인종차별의 문제는 노예제 폐지와 참정권의 획득과정을 거쳐서, 학교나 노동현장에서 바뀌어 왔고, 적극적조치를 통해서 백인들에 비해 늦은 출발을 앞당겨 사회적 참여율을 높이려는 많은 시도들로 이어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유색인 이민자들은 함께 그러한 인종차별에 함께 저항하며 오늘까지 함께 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나 그러한 연대가 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지난 1992년 LA 폭동 사태에서 흑인과 아시아인 사이의 갈등의 폭발이나 2001년 9.11테러에서 무슬림 이민자들을 향한 인종차별문제나, 최근 멕시코 국경의 장벽에 대한 비용을 청구하려는 트럼프의 행정명령처럼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인종차별의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사안에 따라 특정집단이 인종차별의 대상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한 특정집단에 대한 인종차별은 백인 주류집단을 제외한 이민자사회의 분열을 조장해왔다.
이러한 미국의 상황은 지금 여기 대한민국의 현실과 관계없는 일인가?
지난 달 ‘3월21일은 세계인종차별 철폐의 날’이었다. 그와 관련한 행사를 3월 18일 일요일 서울의 보신각에서 관련 이주민단체들의 연대체인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와, 이주공동행동, 범시민단체연대인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함께 주최하였다. 이는 한국이 90년대부터 이주노동자와 결혼이민자를 이주민으로서 한국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여 온 이래로 끊임없이 제기되는 인종차별의 문제를 단지 타자의 문제가 아니라 함께 해결해야 할 우리의 과제로 삼고자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개선되어야 하는지 알려 내기 위한 자리였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날 그리스로부터 온 지지연대성명이 발표되기도 하였다. 이는 일국의 문제를 벗어나 전지구화된 세계에서 글로벌 이주의 문제는 결혼, 노동, 난민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함께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에선 외국인보호소에서 미등록이라는 이유로 감금되었다가 사망한 사고가 있었으며, 결혼이주여성들은 한국인 배우자의 가정폭력 때문에 사망하거나 자살하는 사건 사고가 일어나고 있다. 또한 많은 산업현장에서는 재해로 인해 사망사고가 있어 왔을 뿐 아니라, 열악한 노동현장 때문에 사업장변경이 어려웠던 네팔이나 베트남에서 온 노동자들의 자살이 줄을 잇기도 하였다.
인간의 존엄성이 존중 받지 못하는 그 자리에서 이주민들은 살해당하거나, 자살하거나, 사고로 사망을 한 것이다. 오늘 킹목사가 서거한 지 50년이 되었지만,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인종차별의 문제는 더디기만 하다. 아니 무서울 정도로 후퇴하는 것만 같기도 하다. 특히 ‘충남인권조례페지’가 가능했던 도의회의 자유한국당 26명의 도의원들의 전원 찬성이나, 차별금지법제정을 뒤로 미루는 촛불집회로 탄생한 문재인 정권의 태도나, 인종차별금지에 대한 대책조차 내놓지 않는 법무부의 UPR권고에 대한 무시에서 공포를 느낀다.
더 이상 나중으로 미룰 인권은 없다. 미투로 번진 여성에 대한 성폭력에 대한 저항이나, 선거권 하향을 위해 농성 중인 촛불 청소년 선거권 운동이나, 장애인 탈시설 운동 및 이동권 투쟁이나, 미등록 이주아동에 대한 출생등록운동이나, 이주노동자를 위한 고용허가제 제도개선 요구나, 최저임금에 대한 기업들의 꼼수에 대한 저항운동 등은 현재 가장 첨예한 성소수자 쟁점으로 인권조례 폐지 시도나 차별금지법제정을 유예하는 차별에 맞서는 운동으로 연대하여야 한다. 우리는 인종차별의 문제만으로는 노동차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기에 백인과 대립했던 과거의 역사에서 배워야 한다. 또한 런던프라이드라는 영화에서 봤듯이 광부 노동자를 지지했던 성소자들의 연대가 다시 광부노동자의 연대로 이어진 영국의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 지난 세계인종차별의 날에 게이합창단 ‘지보이스’의 공연과 지지가 큰 힘이 되었듯이, 다시 이주관련 제 단체는 성소자를 향한 차별세력들에 함께 연대하여 저항해야 한다.
오늘은 킹목사가 인종차별에 저항하다가 서거한 날을 기념하지만, 이름없이 죽어간 수많은 희생자들을 기억해야한다. 그리고 이 땅에서 그렇게 희생된 이주민들을 기억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제 단지 인종차별만이 아니라 복합적인 차별에 놓인 우리가 함께 연대하여 차별금지법제정에 힘을 쏟아야 할 때 이다. 그것이 너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문제로 함께 연대의 힘을 발휘하게 하기 때문이다. 성별, 성적지향, 출신국가, 인종, 민족, 학력, 연령, 직업 등 그 어떤 것으로도 차별 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그래서 우리 모두가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가진 존재로 존중 받기 위해서 말이다.
글 | 정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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