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15 [서평] 우리 모두 조금 낯선 사람들 (이주여성인권포럼, 2013)
“영국인답게 행동하라.” 영화 타이타닉에서 침몰하는 배에 남아 승객들을 탈출시키며 선원들을 독려하던 선장의 말이다. 나는 그 말이 퍽 멋있는 데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마치 그 말이 “영국인이라면 선원으로서 품위와 자존심을 잃지 말라”, “영국인이라면 선원의 임무를 다하라,” “영국인이라면 죽음 앞에 의연하라”, “영국인이라면 의롭게 행동하라”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영화에서 영국인다움을 구성하는 것은 단순히 국적, 인종, 언어, 민족, 영토가 아닌 일종의 인간적 가치로 구현되는 정체성이라는 점이었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에서 한국인답게 행동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 이전에 누가 한국인이 될 수 있을까? 그동안 한국인다움은 한국인 부모 아래 태어나고 한국에서 자고 한국말을 잘하는 사람 정도로 정리되는데, 한국말을 조금이라도 어눌하게 하거나, 혼혈이거나, 한국에 나고 자라지 않았다면 덜 한국인스러운 한국인으로 간주되어 왔다.
이 책은 한국 사회가 일궈온 단일민족 신화가 유지되고 작동되어온 방식이 결국 한국인의 정체성이 마치 하나의 일관되고 동일한 것, 다시 말해 ‘우리’라는 범주 밖의 존재들을 배제하고 차별함으로써 공고화되어왔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동시에 그 강고한 토대 위에 문화적 차이를 존중하고 모든 사람이 공사 영역에서 차별받지 않고 민주적 참여가 가능한 다문화 사회로의 발전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책의 제목이 암시하듯 책의 각 장은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 낯선 타자적 존재로 산다는 관점을 관통하면서 다문화 사회의 비전이 무엇인지에 대해 함께 고민할 것을 진지하게 요청한다. 그 요청에 응하고 싶은 사람은 무조건 읽어보시라 권한다.
가원 | 유엔인권정책센터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