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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4 [VOM피플] 사는 게 결국은 다 비슷한 거 아니겠어요?_이주민라디오 <비정상찜질방>

이주민방송MWTV 2023. 3. 10. 21:53

MWTV에서는 매년 이주민과 선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라디오방송 제작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에 참가한 사람들은 인터넷방송에 대한 이해, 팟캐스트 사례, 방송대본 쓰기, 녹음기술 및 편집, 프로그램 송출법, 방송제작실습 등 인터넷라디오 방송제작 전반에 대해 배우고 실제 방송을 제작해볼 기회를 가진다. 올해에도 <비정상찜질방>, <베트남공동체의 목소리>, <슈먼의 꿈>, <이주의 이주컬쳐> 등 4개 팀을 대상으로 라디오 제작교육이 진행되었다. 그 중 <비정상찜질방> 팀을 만나 라디오 제작 과정에서 느꼈던 점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보았다.

안녕하세요. 먼저 소개를 부탁드려요.

정임 : 안녕하세요. 1인 미디어를 하고 있는 VJ 이정임이라고 합니다.

명남 : 중국에서 온 문명남입니다.

히데코 : 반갑습니다. 일본에서 온 야마구치 히데코라고 해요.

 

명남 선생님과 히데코 선생님은 한국에 오신지 얼마나 되셨나요?

명남 : 전 이제 13년 되었네요.

히데코 : 전 27년 차에요.

 

오, 그럼 히데코 선생님은 저보다 한국에 오래 사셨네요! (웃음) 다들 만나 뵙게 되어서 정말 반갑습니다. 라디오 방송 제작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는 아닌 것 같은데. 이주민방송 라디오 제작 교육은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정임 : 저는 인터넷에서 알게 되었네요.

명남 : 저는 네이버 밴드에서 보고 오게 되었어요.

히데코 : 서울시 외국인주민대표자회의라는 걸 하고 있어요. 거기에서 같이 하는 사람이 보내 주더라고요. 평상시에도 관심이 있던 거라 바로 신청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 평소에 라디오 방송에 관심을 가지고 계셨나요?

히데코 : 예. 사실은 예전에 3년 동안 KBS라디오에 나왔었어요. 한 달에 한번이긴 했지만 생방송에 나가기도 했고, TV에 나가본 적도 있고요. 나름 재미있었답니다.

 

우와, 멋지시네요. 원래 평소에 라디오를 많이 들으시는 편이신가요? 다른 분들도 원래 라디오를 즐겨 들으시는지 궁금하네요. 

히데코 : 어렸을 때 심야방송을 되게 좋아해서 새벽에 다섯 시까지 라디오를 듣고 그랬어요. 아버지가 항상 저보고 밤에 잠을 안자서 키가 안 컸다고 그러시더라고요.

정임 : 저 같은 경우에는, 70년대 TV가 많지 않던 시절에는 이장희가 진행하던 ‘밤을 잊은 그대에게’ 를 열심히 듣던 기억이 나는데, 요즘에는 아무래도 라디오를 들을 일이 많이 없죠. 라디오를 듣던 시간에 TV를 보니까. 그런데 이번에 라디오를 직접 해보면서 생각이 좀 달라졌어요. 방송을 하는 것보다 라디오로 목소리를 내보내는 게 호기심 자극도 되고 더 재밌는 측면도 있을 것 같더라고요. 특히 이주민 분들한테는 더 좋을 수도 있고.

 

아, 선주민들과 달리 이주민들에게 라디오라는 매체가 특별히 의미를 가지는 측면도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정임 : 이주민들은 어디서 목소리를 낼 데가 없잖아요. 방송국이나 신문에서도 이분들 얘기를 잘 들으려고 하지 않고요. 라디오가 아무래도 장비나 자금, 노력 측면에서 비교적 간단하게 접근할 수 있는 매체니까요. 마을라디오가 이 분들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길이 된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선주민도 간편하게 라디오를 들으면서 이주민들과의 소통에 대해서 고민해볼 수도 있고요.

 

시험방송까지 합쳐서 총 세 편의 방송이 나왔는데, 그 중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거나 재밌던 주제가 있었나요?

정임 : 첫 시간에 모였을 때, 나라마다 약속 개념이 다르다는 얘기를 했던 게 기억에 남아요. 데이트를 하려고 네 시간씩 기다리셨다잖아요. 저녁에 만나자 했는데 저녁이 몇 시부터 저녁인지를 몰라서요. 그런 얘기를 들으니까 우리 70년대 생각이 나는 거예요. 그때는 다 그런 식이었으니까. 요즘엔 그렇지 않잖아요.

히데코 : 저희 어머니는 아직도 그래요. 그냥 내일 아침에 만나자 하면 그게 끝이에요.

 

일본에서도 약속을 그런 식으로 잡나요? 

히데코 : 일본은 아니죠. 제가 신문에도 기고했던 이야기지만, 약속을 잡고 한 달 동안 확인을 안 하고 있다가 한 달 후에 실제로 만난 적도 있다니까요. 여기(한국에)서는 약속 잡으면 아침 저녁으로 확인을 하잖아요. 갑작스러운 일들도 많이 생기고.

명남 : 중국은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른 것 같아요. 동북쪽은 약속시간을 좀 잘 지키는 편이긴 하지만, 남부는 한국하고 비슷한 것 같네요.

정임 : 라디오를 하면서 이런 점이 소통되는 것이 좋아요. 이제까지는 나만 생각했다면, 라디오를 들으면서는 저 사람들이 왜 저렇게 했지 하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으니까요.

 

방송을 하시면서 기억에 남으셨던 것들이 더 있을 것 같은데요. 

정임 : 공개방송하면서 우리 옛날 모습 보면서 얘기했던 게 기억나네요.

히데코 : 그냥…. 아쉬웠죠? (웃음) 아, 문명남씨 사진이 좀 신기했어요. 옛날 배우 같은 느낌이었달 까. 흑백사진이었는데. 뭔가 숨어있는 사연이 있는 것 같기도 했고요.

명남 : 에이, 그때는 그냥 다 그렇게 사진을 찍지 않았나요.

 

사실 저는 비정상찜질방을 굉장히 재미있게 들었거든요. 들으면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방송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으신가요?

히데코 : 이주민방송 분들이 앞으로도 연락을 해주신다고 했으니까요. 사실 세팅을 해 주시면 가서 방송을 하는 것 자체는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거든요.

정임 : 무엇보다 저희가 의욕이 있어야겠죠. 사실 하는 것 자체는 괜찮은 것 같아요. 크게 부담되는 것도 아니고. 라디오를 재밌게 들어주셨다고 하니까 좀 더 책임감을 가지고 방송을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기는 하네요. 공부도 좀 더 해야 할 것 같고.

히데코 :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사실 마이크가 항상 그리웠었어요. (웃음)

 

만약 방송이 계속된다면, 앞으로 비정상 찜질방에서는 어떤 주제들을 다루게 될까요?

히데코 : 제가 다문화뉴스라는 신문에서 이주여성 3,40명 정도 인터뷰 했었는데,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점들이 너무 많아서 재밌었어요. 보통 다른 나라 사람이라도 상식적으로 공유하는 점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인터뷰를 하다 보니까 그 상식이 나라마다 너무나도 다른 거예요. 이런 다양한 상식들을 모아서 사람들한테 알리고 싶어요. 다문화를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지점일 것 같기도 하구요.

정임 : 그렇게 다른 점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이 사람들이 왜 이렇게 힘들어했는지를 알 수 있지 않을까요. EBS에서 고부열전이라는 프로그램을 봤었는데, 남편하고 떨어지지를 못하는 이주민 아내 이야기가 나오는 거예요. 한 시간만 집 밖에 나가도 가서 데려오려고 하고, 남편이 견디지를 못하는 거야. 그런데 나중에 며느리 나라에 가보니까 친정아버지가 바람이 나서, 다른 여자하고 같이 살던 거지. 그래서 자기는 가정을 지키려고 남편을 그렇게 붙잡았던 거야. 이런 식으로 왜 상대방이 그렇게 행동을 했었는지, 서로간의 오해를 풀 수 있는 역할을 우리 라디오가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본인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스트레스가 풀리는 측면도 있고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목소리를 낮춰서 교양 있게 하면 별로 재미가 없을 것 같아요. 톤을 하나 높여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편하게 가는 거죠.

 

그렇게 살아가는 남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스트레스가 풀리는 측면도 있는 것 같아요. 다들 비슷하게 사는구나 하면서. 듣는 사람도 스트레스가 풀리고 말하는 사람도 스트레스가 풀리는 행복한 라디오가 되겠네요. (웃음)

 

마지막으로 라디오를 듣는 사람에게 따로 전하고 싶었던 말이 있으셨다면 해주시겠어요?

히데코 : 너무 즐겁기만 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어요. 지난번 공개방송 때에도 스타트가 무거운 얘기였거든요. 2,000만원 월급이 체불된 노동자들 이야기가 나왔잖아요. 우리만 즐거운 것 같아서. 조금 괜찮은가 싶기도 했어요.

정임 : 그런데 이주민 이야기를 하면 너무 심각하기만 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조금만 쉽게.  우리가 편하게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살아가는 것이 사실 대단한 게 아니잖아요. 우리 사는 모습이 결국은 비슷비슷 하다는 이야기가 듣는 사람들에게 전해졌으면 좋겠어요.

 

인터뷰가 끝난 뒤에도 이야기는 얼마간 더 이어졌다. 서로 살아온 모습이 다르기 때문에 더욱 할 이야기가 많았다. 지금까지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던 것들이 상대방한테는 특이하게 느껴진다는 것을 듣고 우리는 왜 그렇게 행동할까 돌아보게 되는 순간들도 있었다.

소통이란 게 사실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닐지 모른다. 정임 선생님의 말대로 이야기를 하며 상대방이 왜 그렇게 행동했었는지 생각해 보고, 그를 통해서 나 자신에 대해서도 더 알게 되는 것, 그럼으로써 더 풍부한 삶을 살 수 있게 해주는 것. 이런 대화 하나하나가 그 어떤 거창한 회담이나 회의보다도 소중한 소통이 아닐까. 비정상찜질방 팀이 앞으로도 꾸준히, 마냥 무겁지만은 않은 소통의 장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본다.

 

글 | 한건희 MWTV 기자단 5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