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7.10 이주민 2백만 시대 한국사회의 민낯, ‘혐오’
이주민 2백만 시대 한국사회의 민낯, ‘혐오’
정혜실 | MWTV 이주민방송 공동대표
여성, 성소수자, 이주민, 무슬림, 노동자, 장애인… 혐오
혐오표현은 싫다는 감정을 넘어 범죄이며 폭력과 살해를 동반하는 선동
혐오표현 금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해야
2016년 올해도 지역색과 종북론을 앞세워 선거판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하는 총선이 있었던 해이다. 이러한 총선용 프레임들이 답습되는 동안, 한국사회의 소수자들을 향한 적대감을 스스럼없이 표현하고 심지어 선거공약의 기치로 내세운 ‘기독자유당’이라는 새로운 정당의 출현을 목도하였다. 그들의 공약은 소수자 집단을 향해서 ‘OUT’을 말하는 대놓고 혐오표현이었다.
소수자 집단을 향한 ‘OUT’이 공약인 기독자유당의 출현
20대 총선 대표 공약으로 ‘동성애 반대’, ‘이슬람 반대’를 내건 기독자유당에 국가인권위원회의 진정을 요구하는 시민단체들의 기자회견이 5월 24일 열렸다.
그 대상은 한국사회의 가장 약한 소수자 그룹인 성소수자들과 이주민들이었다. 한국사회의 일원으로 출생부터 대한민국 국민인 이들을 향해, 자신들의 종교적 신념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성소수자 집단에 ‘동성애 OUT’을 외쳤고, 이주민 집단 중 이슬람을 종교로 가진 무슬림 이주민들에 ‘무슬림 OUT’을 외쳤다.
더구나 교회 내 부패문제와 일부 목사들의 섹스 스캔들로 개독교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 개혁을 부르짖는 교인들과 시민들을 외면하고 자신들의 들보보다는 남의 눈엣가시를 뽑겠다는 이들은 자신들을 향한 비판에 눈감은 채 종교적 신념과 성적지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OUT’을 부르짖었다. 헌법에서 보장하는 ‘개인의 행복추구권’과 ‘종교적 자유’라는 권리로 인해 기독교 또한 하나의 종교로 뿌리 내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주장하는 것이다.
헌법에서 보장하는 ‘개인의 행복추구권’과 ‘종교적 자유’
내 종교는 허용, 타인의 신념은 OUT
이러한 주장들은 이 땅의 거주민으로서 권리행사를 시민권과 체류권이 아닌 종교적 폐쇄성 안으로 제한을 두겠다는 의지이고, 자신들과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다양성보다는 획일화된 틀 안으로 강제적으로 편입시키거나 추방해버리겠다는 폭력이다. 우리는 그러한 폭력성이 한국사회에서 어떻게 문제가 되고 있는지를 강남역 사건과 구의역 사건을 통해 다시 확인하고 있다.
오랜 가부장제적이고 남성중심사회에서 여성혐오가 만연해도 침묵을 강요받았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이 강남역 사건으로 인해 드러났다. 남성중심사회의 폭력성을 규탄하는 여성들의 움직임을 차단하기 위해 사건을 장애인 혐오로 전이시키는 국가 공권력의 폭력성도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이어 일어난 구의역 사건에서는 노동의 가치를 폄하해 온 노동시장 이중구조화가 불러온 참사를 세월호에 빗대어 애도조차 불가능하게 만들려는 일부 보수세력들의 혐오표현을 마주 보았다. 가진 것이 없는 자들을 향한 가진 자들의 지원 속에서 ‘어버이’라는 이름을 가진 노인들이 이용당하고, 당신들만큼이나 연약한 기반 위에 서 있는 사람들을 향해 날 선 칼들을 들이대고 있다.
그런가 하면, 제대로 된 임금체계를 위해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오히려 최저임금을 내국인들과 동일하게 보장할 필요가 없다는 자들은, 좀 더 나은 근무환경과 안전한 숙소라는 최소한 인간다운 대우를 해주는 곳으로 떠나는 이주노동자들에 ‘불법’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한다. 여기에 무슬림 이주노동자라면 ‘잠재적 테러리스트’가 되어 감시의 대상과 공포의 대상이 된다.
혐오의 주체는 누구인가?
혐오의 주체, 그들은 바로 민주주의 사회에서 권력 없는 자들보다 우위에 있다고 믿는 자들이거나, 권력 없는 자들끼리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부추김으로써 지켜보며 미소 짓는 자들이다. 그리고 정의로운 분노와 저항으로 사회가 가진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목소리를 내는 일보다, 내 앞의 또는 옆의 약자를 괴롭힘으로써 현실의 문제를 회피하려는 자들이다. 그래서 우리는 알게 된다. 그들의 민낯이 보여주는 역겨움과 뻔뻔스러움을 말이다. 여성이라는 이유, 장애인이라는 이유, 노동자라는 이유, 이주민이라는 이유, 성소수자라는 이유 등 그 어떤 이유들이 어떻게 차별을 만들어내고 그 불평등들이 인간의 안전 그리고 존엄을 해치는지 말이다.
혐오표현은 싫다는 감정을 넘어 범죄이며 폭력과 살해를 동반하는 선동이 될 수 있다. 이는 대한민국이 비준한 자유권 국제규약에서 심각하게 다뤄지고 있는 문제이며, 발화 즉 말로써 표현되는 혐오표현(Hate Speech)을 금지하는 법률제정을 해야 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 이를 담아낼 법안은 바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다.
혐오표현 금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해야
어렵고 힘든 시기를 견뎌내야 하는 고통이 현재 우리 앞에 놓여있음을 직시하되, 그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시도가 다른 약자들을 향한 마녀사냥이 아니라 오히려 평등을 향한 길로 진일보하는 것으로 나아가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