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29 [VOM인물] 네팔에서 온 이주노동자이자 활동가였던 미누를 기억하는 방식
네팔에서 온 이주노동자이자 활동가였던 미누를 기억하는 방식
– ‘미누재단’ 설립과 ‘미누상’ 제정에 관하여 –
5월 20일은 법무부가 정한 세계인의 날이다. 이날 명동역에 위치한 CGV 씨네라이브러리 극장 3관과 4관에서는 코로나 19으로 인해 좌석을 한 줄씩 관객들이 띄어 앉았다. 영화는 지혜원 감독이 만든 <안녕 미누>라는 작품이었다. 이 영화는 2018년 DMZ 영화제에서 상영되었고, 재편집 감독판이 다시 만들어져서 2019년에 여러 영화제에서 상영되었다. 하지만 극장을 통한 정식 개봉을 안한 상태였다. 그후 드디어 법무부가 정한 세계인의 날인 5월20일에 개봉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개봉 일이 5월 27일로 연기되면서, 이날 개봉하기로 한 날을 시사회로 변경하여 미누를 기억하는 많은 이주 관련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과 이주노동자들 그리고 그의 밴드 멤버였던 동료들을 초대해서 영화를 상영했다.
그리고 이날 영화관 앞 부스에서는 한 사람의 특별한 활동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미누상’을 제정하기 위해 뜻을 함께 하려는 사람들을 모으고 홍보하는 이주민 지원활동을 하시는 마석의 샬롬의 집 이영신부였다. 이날 이영신부는 미누상의 제정의 배경과 필요성 그리고 가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 한국사회 내에서 미누라는 어떤 개인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이주 문화와 이주 운동과 관련된 하나의 상징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한국사회의 이주의 모든 흐름들이 상당 부분 관변 주도적인 어떤 그런 것들로 변해가고 있어서 이런 기회에 다시 한 번 이주민들 스스로 본인들이 주체가 될 수 있게 하는 한국사회의 새로운 바람이 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 미누상이 이주민들이 한국사회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미누상의 수여 대상은 미누가 이주노동자 출신이었다고 해서 이주노동자로 한정하고 있지는 않으며, 모든 이주민을 대상으로 국적이나 체류자격과 상관없이 미등록 이주민도 포함될 수 있다고 하였다. 다만 한국에 와서 이주와 관련된 부분에 있어서 상당 부분 활동의 역량을 가지고 역할을 해 온 이주민에게 수여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미누상의 수여 시기는 올해 2020년부터 유엔이 정한 세계 이주민의 날인 12월 18일을 기해서 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신부는 이와 관련해서 미누를 기억하고 사랑하는 깊은 애정을 가진 사람들이 동참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미누와 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그러한 또 다른 제2의 미누가 우리 한국사회 내에서 나오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있음을 피력했다.
이와 같은 미누상 제정을 위한 활동이 시작된 계기는 네팔에서 현재 추진되고 있는 미누재단 설립과 관계가 있다. 1992년부터 2009년까지 한국에서 18년을 살았던 미누는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을 위한 투쟁의 현장에 있었고, 그 현장에서 ‘스탑 크랙 다운’이라는 밴드를 결성해서 이주노동자들의 고통과 한을 담은 노래들을 만들어 불렀고, 이주노동자방송을 만들고 그 안에서 다양한 문화적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활동을 해왔다. 그런 그가 어느 날 네팔로 강제추방을 당하고 한국으로 돌아올 수 없게 되었을 때 본국에서 그는 네팔의 청년들이 자기처럼 더 이상 이주노동자로 떠나지 않게 자립할 수 있는 경제활동의 기반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그러한 미누의 활동과 돌아간 네팔에서의 활동을 담은 영화가 <안녕, 미누>였고, 그 영화가 DMZ 영화제에서 상영되면서 아주 짧게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그렇게 소수의 지인들을 만나고 네팔로 돌아간 후 갑작스럽게 사망하였다. 2018년 그 해 10월 그를 알던 많은 사람들이 충격에 빠졌고, 그를 위한 추모행사가 여러 곳에서 열렸다. 그의 사망 후에 남겨진 사업과 사업의 취지를 이어가기 위해 네팔 현지에서 가족과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미누재단 설립에 관한 소식이 한국으로 전달 되었다. 미누재단 설립 초기 부족한 재정과 활동가 지원을 위한 초기 마중물 마련 차원의 모금 활동이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해 애쓰고 있는 공정무역 트립티 최의팔 목사의 말이다.
“ 미누가 네팔에서 한 사업이 있단 말이예요. 식구들이 이거를 공적으로 하자 그런 거예요. 미누 사업을 계속하자. 다시 말하면 미누가 처음 시작한 것이 이주노동의 악순환을 끊자. 자기가 한국에서 살았지만, 참 서글프다. 이 네팔 청소년들이 더 이상 외국에 나가면 안 된다. 청소년을 교육시키자. 네팔의 전통문화를 육성 시켜 가지고 전 세계적으로 네팔의 아름다운 음악 문화를 알리자. 이게 미누씨의 사업이거든요. 이걸 계승하자. 이게 간단한 거예요. 복잡한 게 없어요. 그러니 마중물을 하자. 내년 10월이 3년상이니 내년 가을까지 모금을 해서 주자는 것이죠.”
미누재단의 설립은 네팔에 있는 가족이 미누가 지금까지 네팔에서 해 온 사업들을 그의 사업 취지와 목적을 계승하고, 그에 맞는 활동이 지속될 수 있도록 추진하려고 한다. 공정무역 커피 카페 외 사업체가 운영비에 충당될 수 있도록 공적인 방식으로 운영되고 유지하기 위함이다. 최의팔 목사는 미누재단은 네팔의 현지인들 손으로 주체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으며, 이러한 재단 설립에 기초적인 자금 마련을 위해 한시적으로 모금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이영 신부에게 요청을 하였고, 그 과정에서 한국에서 미누를 기억하고 이주민 당사자 활동가들에게 응원과 지지를 보내는 차원에서 미누상 제정에 관한 이야기 나왔다고 했다.
한국사회에서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현실을 다방면의 활동으로 알렸던 미누라는 네팔 출신의 활동가를 기억하는 방식으로 네팔에서는 미누재단을 설립하고, 한국에서는 미누상을 제정하고자 한다. 이주노동자 1세대였던 그의 활동은 지금 2세대의 이주노동자들과 결혼이주여성 그리고 활동가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그의 활동이 가지고 있었던 의미와 가치를 이어가고자 하며, 그러한 이주민 당사자 활동가들이 더 주체적인 활동으로 한국사회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지지하는 차원에서 이 미누상은 수여 될 것으로 보인다.
5월 20일 세계인의 날 법무부는 이주민을 대상으로 또는 지원하는 단체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상을 수여해 왔다. 하지만 그곳에 이주민의 인권을 위해 투쟁해 온 이주노동자나 미등록 이주민의 현실에 대한 언급은 없다. 세계인의 날의 세계인에서 소외되고 배제된 이주민들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누상이 제정된다면 그 의미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미누재단이나 미누상이 단지 개인을 기억하는 방식이 아니라 한국사회에서 살았거나 살거나 앞으로 살게 될 이주민 활동가들을 위한 공적 기억으로 확장되어 갈 것이기 때문이다.
사진•글 | 정혜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