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29 [VOM피플] 차별철폐의 과제로서 이주민 인권 운동 – 아산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우삼열 소장 인터뷰
차별철폐의 과제로서 이주민 인권 운동
우삼열 아산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소장 인터뷰
대담. 정혜실
정혜실(정): 안녕하세요, 세계인종차별철폐의날을 맞이해서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이하 외노협)와 이주공동행동,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이하 차제연), 재한베트남공동체가 공동주최해서 큰 행사를 치루셨습니다. 평소에는 주로 이주민 중심의 행사였는데, 지보이스도 부르고, 차별금지법제정에 관한 발언도 요청하시고 다양한 주체들이 함께 해서 풍성하게 치러졌어요.
우삼열(우): 한동안 이주운동이 대정부 투쟁 집회를 해왔는데, 시민들에게 우리들의 활동을 알리는 건 많이 약했다고 생각해요. 특히 이주민 혐오를 표방하는 극우단체들의 공공연한 액션들이 사실 있었는데, 우리들이 이에 대해서 거리에서 시민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 좀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고민을 했어요.
“이것이 인종차별입니다.
인종차별은 범죄입니다.
우리가 이것을 막아야 합니다.
이것은 우리 한국사회의 과제입니다.”
시민들 앞에서 우리가 한번 이야기를 직접 해보자고 했어요.
때로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욕을 하거나, 반대 이야기를 하더라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운동을 우리가 고민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있었어요. 그런 고민 속에서 작년에 인종차별철폐의날을 맞아 ‘한 50명이라도 길거리에 나가서 우리가 한 번 해보자, 이주민과 함께 거리에 서자!’ 하고 시작을 했어요.
금년에 여러 단체가 힘을 모으고, 또 이주운동 진영뿐만 아니라 다른 운동 진영과 연대의 폭을 넓히면서 차제연과 지보이스 또 이주공동행동과 같이 행사를 열게 된 것이 상당히 큰 의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집회 성격만이 아니라 약간 느슨한 형태, 음악이 있고, 함께 웃을 수 있고, 그러면서 우리의 이야기를 발랄하게 전달할 수 있고 또 다른 운동진영의 고민도 함께 나눌 수 있는, 그러면서도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앞으로 이러한 의미를 나누는 노력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정: 이번에 아산 지역에서 세계인종차별철폐의날을 미리 기념하는 운동을 하셨더라구요. 지역에서의 어떤 필요성 때문에 하게 되셨나요?
우: 운동이 중앙과 지역이 같이 가는 게 대단히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지역에서의 풀뿌리 연대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 내야하는 중앙의 과제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중앙 집중적인 활동도 반드시 필요한 거구요. 이번 인종차별철폐의날 행사는 작년같은 경우에 외노협 내에서 먼저 서울에서 공동 캠페인을 하고 그 다음 주는 지역별 캠페인을 하는 컨셉으로 했었어요. 이번에는 순서를 바쭤서 한 주 먼저 지역에서 하고, 그런 다음에 서울에서 했어요. 물론 몇몇 단체들은 19일 서울 집회 후에 21일 인종차별철폐의날 당일날 지역에서 집회를 하기도 해요. 할 수 있다면 우리 이주 인권단체들이 지역적 기반들을 많이 가지고 있으니까 지역에서도 역시 풀어야 할 과제들이 분명히 있을 거에요.
정: 앞으로는 어떤 모습으로 세계인종차별철폐의날에 다시 집결하면 좋을까요?
우: 저는 이주 운동이 지금까지는 사실은 이주노동자 노동권 보장 투쟁이 가장 중요한 핵심이었고, 중심축이었는데, 지금은 차별철폐의 과제로서 이주민 인권 운동이 또 하나의 축이라고 생각해요. 이주여성, 이주아동, 동포, 난민 이런 다양한 형태의 이주민들의 과제로서 인종차별 철폐 운동의 과제가 중요한 과제로 이주운동에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그런 면에서 이쪽은 더 외연을 넓혀야 하는 과제가 있을 것이고요. 그런 면에서 양축 둘 다 고민한다면, 이주민 공동체 당사자들의 조직력, 당사자들의 고민, 또 사회적인 발언력, 이런 것들이 중요해진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주민공동체의 역량을 얼마나 끌어낼 수 있느냐, 한국 사회에 목소리를 얼마나 낼 수 있느냐가 또 하나의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내년에 행사를 하게 된다면, 우선 이주운동진영 내에서의 연대틀을 공고히 해야하는 것과 함께 또 하나는 이주진영뿐만 아니라, 이번에는 차제연을 통해서 소수자 운동분들이 오셨지만, 다음에는 청소년 운동단체라든지, 교육단체라든가, 다양한 한국사회의 시민운동진영과 함께 할 수 있는 것도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물론 당장은 되지 않을 수 있겠죠. 그러나 그런 마음으로 좀 더 넓게 갈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정: 아산에서 인종차별철폐의날 캠페인을 진행하셨는데, 어떻게 하셨는지?
우: 아산에서 열린 인종차별철폐의날 기념 캠페인은 아산 외국인노동자 지원센터, 아산 이주여성연대, 그 다음에 와이엠씨에이YMCA, 그리고 아산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지속협), 요렇게 4개 단위가 공동주최로 진행했습니다. 작년에도 이렇게 같이 했구요. YMCA는 청소년이 있기 때문에 전날 미리가서 이주노동자 문제 또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서 학생들에게 강의를 했어요. 강의를 들었던 학생들 30여명이 그 다음날 거의 다 나와서 캠페인을 같이 했었습니다. 직접 만든 피켓을 들고 청소년들이 나왔기 때문에 대단히 감동이 있었고, 작년같은 경우에는 농민회도 같이 해주셨었는데 지속협뿐만 아니라 더 다양한 지역사회의 단체와 연대할 수 있도록 연대의 틀들을 강화해나가야겠죠.
대개 지역사회는 단체들이 연대를 해주고 행사 있으면 서로 도와주고 하고 있어요. 또 직접 시민들과 만나고 동네 주민들과 접촉도 하는 부분들이 있다 보니까 지역에서 하는 게 나름대로 재미와 보람도 있고요. 청소년들이 너무 초롱초롱한 눈으로 열심히 이야기를 듣더라구요. 중학생부터 대학생까지 강의를 들었는데, 다들 ‘아, 이게 인종차별이었구나’. ‘몰랐는데, 얘기를 듣고 보니까. 느낌을 알겠다’고 하더라구요. 앞으로 우리도 인종차별 관련해서 이주민인권에 대해서 뭔가 콘텐츠를 만들어서 알려 줄 수 있는 우리 운동 역량이 좀 더 강화되면 좋겠다, 그런 생각들이 들었습니다.
정: 이런 형태의 지역운동들의 모델 역할을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안산도 마찬가지지만, 지역마다 청소년들이 함께 하는 단체들이 많은데, 우리가 얼른 설득하고 바꾸기는 참 어렵지만, 청소년들의 인식을 개선해 놓으면 이 친구들이 성장하면서 이주민과 함께 공존하는 문제를 더 민감하게 잘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또 인종차별에 대해서도 많이 개선된 모습을 보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구요. 앞으로 그러한 일들에 우리가 좀 더 아까 이야기한 콘텐츠를 어떤 식으로 청소년들에게 다가갈 것인가를 논의하는 그런 구조들이 있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 보노짓 후세인 사건 때문에 성·인종차별반대공동행동이라는 것이 결성되었지만, 그 사건 이후에 이러한 방식의 인종차별문제를 가지고 싸운 연대조직 자체가 아직 없는데요, 혹시 외노협 쪽에서나 아니면 우삼열 소장님 개인 스스로 생각할 때 인종차별과 관련된 이슈를 좀 더 부각시킬만한 어떤 연대조직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우: 그 문제는 아마 운동진영 내부에서 고민을 해봐야 할 부분이라고 보고요. 외노협은 조직내의 인종차별 대응팀을 만들어서 여기서 계속 고민하면서 캠페인 준비했던 동력이 사실 대응팀이었어요.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가 우리 정부에 권고했던 사항들 그것들을 같이 공부도 하고 했었기 때문에 저는 3년 정도 같이 모여서 계속해서 자료를 보고 언론에 나왔던 인종차별적인 그런 모든 요인들도 같이 찾아보는 활동도 하면서 왔었는데, 좀 더 체계화 될 수 있다면, 또 좀 더 연대의 틀이 더 커질 수 있다면 좀 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다만 단체별로 조직별로 상황이 또 봐야 될 테니까. 좀 더 시간이 걸릴꺼라는 생각이 드네요.
정: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으로 여쭙고 싶은 게, 차별금지법 제정과 인종차별금지법 제정이라는 과제 중에 사실 무엇을 우선으로 두어야 될까요. 저 같은 경우는 인종차별금지법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법이어서 오히려 넓은 의미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인종차별적 금지법이 포함되도록 하는 방식으로 운동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우: 전적으로 동감은 하는데, 누구는 이쪽이다, 누구는 저쪽이다, 어느 한쪽으로 갈 것이냐를 선택하려고 하니까 사실은 이제 논란이 분분해지기도 하고요. 제가 볼 때는 이게 선을 갈라서 판단을 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이 들구요. 저는 어디 가서 이야기를 하면, 둘 다를 위한 운동을 해야 한다. 그런데 물론 하나도 잡기 쉽지 않은 판에 둘 다를 하려니까 더 힘들기는 하지만, 그러나 저는 이 둘을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이 숙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 이번 인종차별대회 때 지보이스가 오고, 성소수자들과 연대했던 것은, 그분들이 먼저 다가 와 주신 것에 대해서 무한한 감사를 느끼고, 소수자 간의 연대 틀을 더 강하게 만들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요.
다만 입법의 과제는 국회에 있는데, 입법의 흐름이 어떻게 되는지는 우리가 좀 더 주시를 하면서 봐야 될 부분들이 있다고 분명히 생각합니다. 그것은 현실의 문제이기 때문에 아무도 안하겠다라고 한다면, 그러면 아무 것도 안 되는 것이고요. 어쨌든 ‘인종차별금지의 법제화’도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만들어져서 함께 갈 수 있는 길이 열리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정혜실 | 이주민방송 MWTV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