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실태와 차별해소를 위한 정책방안> 경기도외국인지원센터 심포지엄 열려
이주민의 일상 속 인종차별의 현실
<인종차별실태와 차별해소를 위한 정책방안>을 주제로 한 정책심포지엄이 지난 11월 30일 경기도외국인지원센터의 주최로 안산글로벌다문화센터에서 열렸다. 오경석 경기도외국인지원센터장의 발제로 시작된 ‘경기도 인종차별 실태 모니터링 결과 보고’는 인종차별 실태 모니터링 요원들의 사례 발표로 이어졌다. 베트남, 페루, 몽골, 일본, 중국, 라이베리아, 우간다 등 7개국 출신 이주민 당사자로 구성된 조사자들은 결혼이민자, 이주노동자, 난민 등 여러 다양한 체류자격별 그리고 출신국가별 이주민과들의 면접조사를 통해 연구를 진행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한국사회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이주민들이 생활권 속에서 직접 마주하는 인종차별의 경험을 반영하고 있어 의미가 크다. 이러한 생활공간에는 사적공간, 교육시설, 대중교통, 공원, 미디어, 병원, 상업시설, 주민 센터와 법무부, 종교 및 엔지오도 포함된다.
한 필리핀 이주여성은 거주지역에서 부모들이 매우 선호하는 유치원에 자녀를 보내려 했으나 혼혈인 아이의 입소를 한국인 부모들이 꺼린다는 이유로 유치원 입학을 거절당한 바 있다. 결혼이민자 여성의 자녀 양육이 현실에서 어떤 벽에 부딪히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내는 사례다. 유치원 과정에서도 다문화이해교육을 실시한다고 하지만 유치원장이나 학부모들의 실질적 인식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런가하면, 가족이 모두 이슬람을 믿는 한 10대 소녀는 히잡을 쓰는 문제로 학교에서 왕따를 당했다고 한다. 라이베리아 출신의 이 소녀는 슬픔과 수치심에 결국 학교를 그만두었다. 히잡을 문화적 차이로 존중받지 못하고 테러와 연관짓거나 여성억압이라는 부분만 강조하는 학교에서 소녀는 중학교 과정조차 마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무슬림에 대한 편견은 한국에서 자녀를 양육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러한 환경이 싫은 파키스탄 출신의 부모들은 자녀 교육을 위해 파키스탄으로 역이주하기도 한다. 히잡 뿐 아니라 급식에서 돼지고기를 먹는 문제나, 다리가 드러나는 교복 치마를 입는 문제 등에 대해 학교가 충분히 이해하고 포용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위의 사례 외에도 수혈을 거부당한 나이지리아 이주민, 한국 국적이 있어도 사업을 위한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없는 현실, 성희롱 문제, 미등록이주노동자이기에 공장에서 임금체불과 폭언 그리고 협박을 당하는 문제 등 자료집에는 더 많은 인종차별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이날 발표한 라이베리아 출신의 모니터링 요원은 불과 며칠 전에 버스 안에서 성추행 당한 이야기를 꺼냈다. 한 중년의 남성이 이 여성을 괴롭히고 있을 때 주변 승객이 제지를 했으나 중년 남성은 오히려 자기가 추행당했다고 큰소리를 쳤다는 것이다. 무서웠던 나머지 그녀는 버스에서 중간에 내려야 했다며,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관중들에게 묻기도 했다. 이동을 위해 이용할 수 밖에 없는 공공장소에서 한국말이 어눌해 제대로 저항하거나 대처하지 못하는 이주여성의 상황을 악용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난다.
이렇게 삶의 현장 곳곳에서 이주민들이 인종차별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문제해결을 할 수 있을까?
이날 정책방안 발표자로 나선 최정규 변호사는 ‘인종차별예방과 구제를 위한 법적 조치’를 제안했다. 최 변호사는 인종차별금지법이나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기 어려운 현 상황에서 헌법의 평등권 조항의 적용과 더불어 형사법상 모욕죄 적용이나 근로기준법에서의 차별금지 조항의 삽입 등 개별 법령을 이용하거나 추가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면서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4호에 따라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등’을 이유로 고용·재화·용역·교통수단·상업시설·토지·주거시설의 공급이나 이용과 관련하여 혹은 교육시설이나 직업 훈련기관에서의 교육·훈련이나 그 이용과 관련하여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는 동법 상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구제조치 이행을 권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영미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럽의 반인종주의 네트워크(ENAR)의 활동을 소개하면서 인종차별 예방과 구제를 위한 국제사회의 대응에 관해서 설명하였다. 무엇보다 NGO의 데이터 수집은 인종주의 범죄에 대한 공식보고를 통해 시민사회가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이러한 데이터 수집은 결국 인종주의 혐오범죄를 감시하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에서는 아직 이러한 데이터를 전문적으로 수집하는 기관이 부재하다. 미디어에서 공공연히 자행되어 온 인종주의 문제 등 여러 형태의 인종주의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에 대응할 만한 조직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많은 차별의 문제가 이주민들과 선주민들 사이에서 발생하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관점에 있어서 이주민 관련 시민사회단체들도 적극적인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으로 연대하거나 인종차별 문제를 이슈화하는 것에 주저하고 있다고 우삼열 외국인이주·노동운동 협의회 인종차별대응팀장은 비판했다. 그는 인종차별 예방과 구제를 위한 시민사회의 역할로서 외국인 고용허가제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인종차별과 노동착취 그리고 인신매매가 서로 깊은 연관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 인종차별을 반인륜적 범죄로 규정하고 정부가 이를 금지 및 처벌하도록 규제에 나서야 하며, 이들에 대한 착취제도를 즉각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가 필요에 의해 이주민을 받아들이면서 한편으로 이들에게 가혹한 삶을 강요한다면, 이러한 차별과 착취의 결과물은 더욱 큰 부작용과 후유증으로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이를 위해 시민사회는 인종차별의 사례를 모아 알리고 이주민 당사자의 목소리를 더욱 크게 낼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하며, 국내외적 연대와 협력을 통해 정부의 책임있는 역할을 요구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도 외국인지원센터는 이번 실태조사와 토론자들의 권고에 따라 앞으로 정책대응방안을 고심하여 경기도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경기도의 사례이지만, 전국에 걸쳐서 거주하고 있는 이주민들의 삶과 무관하지 않은 정책 제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아무쪼록 이런 실태조사와 정책대응 방안의 모색이 이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한국 사회에서 평등한 시민으로 살아가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심포지엄을 통해 실태를 접하면서 지금 당장 시급한 법제정은 포괄적차별금지법 제정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2009년 보노짓 후세인 사건으로 알려진 인종차별문제가 형법상 모욕죄로 판결이 된 것이 계기가 되어 성·인종차별공동대응팀이 포괄적 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오래동안 힘써왔으나 국회의원들과 일부 보수 기독교 단체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민주적인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서 이주민들 또한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야 하는 우리의 이웃임을 받아들이면서 이주민 문제뿐 아니라 어떠한 형태의 차별도 반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목소리를 모아야 할 것이다.
정혜실 | MWTV 이주민방송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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