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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20 [MWFF 리뷰] 제10회 이주민영화제를 마치며 (이안 프로그래머)

이주민방송MWTV 2023. 3. 11. 14:39

제10회 이주민영화제를 마치며

 

이안| MWFF 이주민영화제 프로그래머
 지금까지 이주민영화제는 한 해 한 해 다 특별하고 의미있는 영화제였지만 올해는 더 특별하고 의미가 깊었습니다. 이주노동자영화제로 처음 시작한 이래, 이런 영화제가 지속될 수 있을까 싶은 우려를 딛고 10회를 맞이한 것도 특별했지만, 국내외 영화인 하나 없이 시작했던 이주민영화제의 개막작으로 ‘드디어’ 이주민 감독이 직접 만든 영화를 보게 된 것은 정말로 가슴 벅찬 일이었습니다.
 물론 지난 이주민영화제에서도 이주민이 직접 만든 여러 작품이 상영되어 왔지만 이번 개막작이 특별한 까닭은 지난 해 제9회 영화제에서 처음 마련한 사전제작지원 작품으로 선정된 기획안들이 1년이 지난 이번 영화제에서 감동적인 영화로 완성되어 스크린에 펼쳐진 것은 영화제의 가장 큰 보람입니다.
 
 
 개막작인 섹알 마문 감독의 <피난>과 덤벌 수바 감독의 <그녀는 다시 일어섰다>는 이주민방송, 이주민영화제와 10년의 세월을 함께 해 온 이주민 활동가들이 만든 작품이기에 의미가 있는 수준을 넘어서서 뛰어난 작품성으로 이주민 사회와 영화계 모두에 묵직한 울림을 던지는 영화입니다.
 
 한국전쟁으로 피난민이 되어 분단의 아픔 속에 고향을 잃고 가족을 만날 수 없는 실향민 할머니와 시리아 내전으로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로 살아가는 난민의 우정을 다룬 <피난>은 이주민과 선주민 사이에 소통과 이해의 다리를 놓는 따뜻한 작품입니다.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로 일하다 고국에 돌아간 여성이 고국인 네팔로 돌아가 가부장제의 폭력에 맞서 여성들과 연대하는 과정에서 자신만이 아니라 고통 받는 모든 여성을 위한 활동가로 서는 과정을 다룬 <그녀는 다시 일어섰다>는 이주와 귀향의 경험이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입니다.
 
 이 작품들은 이주민 영화인들에게 제작지원의 기회가 마련되면 이런 훌륭한 작품이 더 많이 만들어질 수 있고, 이주민의 활동이 인권, 교육, 복지 뿐 아니라 문화예술에서도 활짝 꽃 피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습니다. 처음 이주민영화제를 시작했을 때와는 다르게 이주민, 다문화 관련 영화제가 다양해진 지금, 이주민영화제가 지속되어야할 의미를 새롭게 다잡으며 앞으로도 이주민영화제는 사전제작지원제도를 통해 더많은 이주민 감독을 만나고, 이주민영화제를 통해 감독의 길을 함께 하려는 선주민 감독들과도 만날 것입니다.
 
 적은 예산으로 영화제를 치르는 이주민영화제는 지금까지 찾아가기 쉽지 않은 곳에서 영화제를 진행해야 하는 때도 많았습니다. 아무리 영화가 좋아도 교통이 불편하거나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면 관객들이 찾아오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마침 올해는 도심과도 가깝고 대중교통으로 찾아오기 편리한 곳에서 영화제를 개최할 수 있었고, 더많은 관객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이주민영화제는 더많은 관객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곳에서 더좋은 작품들로 축제의 자리를 펼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한국으로 이주해 온 이주민 못지 않게 외국으로 이주해 간 한국 이주민도 한국에서 열리는 이주민영화제가 함께 담아야할 소중한 일원입니다. 재일조선인 문제를 다룬 영화 <울보 권투부>와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영이 감독의 <하늘색 심포니>를 초청 상영하고, <하늘색 심포니> 상영과 GV를 마친 다음 행사장에서 재일조선인 문제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대화를 나누는 교류의 자리를 마련한 것도 뜻깊은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직 이주민 사회에서 ‘별개’로 생각되었던 탈북자 문제를 이번 영화제를 통해 이주민 이웃으로 돌아볼 수 있게 한 <마담B>, 다른 나라에서의 이주민 문제가 결국 우리의 문제라는 것을 환기시키는 <도시를 떠돌다>, 이주민영화제 출신의 귀화 한국인 이마붑이 영화를 직접 고르고 소개한 <아프리칸 닥터>, 소수 비주류가 만드는 이주민방송의 의미를 짚어보는 <라디오 드림즈>, 젊은 선주민 독립영화인들이 이주노동자들이 사는 곳, 살던 곳의 실존과 가족, 정치와 역사를 함께 고민하는 <옥상 위의 버마>까지 모두 소중한 작품들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상영작 공모를 통해 선정된 작품들과 미디어교육 과정에서 만들어진 작품들은 앞으로 더 많은 이주민에 대한 영화들이 이주민과 선주민 양쪽에서 활발하고 훌륭하게 만들어지게 되리라는 믿음을 주는 귀한 자산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주민영화제는 올해의 가슴 벅찬 경험을 발판 삼아 앞으로도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영화제를 준비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