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과 냉대대신, 따뜻한 시선으로 – YTN 특집 코로나 시대의 이주민들
“우리는 노예가 필요한 거지 동포가 필요한 게 아니다.”
두렵다. 이주민에겐 코로나 19 감염병보다 무서운 게 있다. 바로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다. “조선족은 노예지, 동포가 아니다.”라는 댓글이 송곳처럼 날아와 가슴에 박힌 채로 살아가는 중국동포가 있다. 코로나 19라는 전대미문의 대형 재난으로 모두가 힘든 이 시절에, 따가운 눈총이 더해져 이주민의 삶은 녹록치 않다. 지난 2020년 12월 13일에 방송된 YTN 특집 <코로나 시대의 이주민들> 이야기다. 코로나 19 위기 속, 방송에서 드러난 우리 이주민의 현재 삶은 어떠할까.
시선
돌고 있다. 2019년 12월 새로운 유형의 감염병이 해외에서 발생, 이 소식이 전 세계에 알려졌다. 2020년 1월 21일 국내에서 감염병 첫 확진자가 확인됐고, ‘백신이 없다’는 공포가 우리 사회를 강타했다. 이 두려움은 곧바로 우리 사회 이주민에게 이어졌다. 해외에서 전염병이 발생해 국내에서 창궐하자, 이 문제적 상황의 원인과 책임을 우리 사회 이주민에게 물었다. 전염병과 함께 차별도 옮겨졌고, 냉대도 같이 움텄다.
사실 코로나 19 전부터 우리 사회 이주민은 여러 차례 속병을 앓았다. 서울시 영등포구 ‘대림역’으로 대표되는 우리사회 중국동포는 굳이 코로나 19가 아니더라도 차별 속에서 살고 있었다. 영화 <청년경찰>은 엄연히 픽션(fiction, 허구)임에도, 이 점을 충분히 고지하지 않은 채 중국동포를 부정적으로 묘사했다. 살인, 강간, 인신매매의 온상으로 중국동포의 터전인 대림동을 그렸다. 사람과 그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공간을 일그러뜨렸다.
곧바로 중국동포단체는 법원에 영화 <청년경찰>의 무리한 설정과 묘사에 문제를 제기, 1억 원의 소송을 걸었다. 1심은 영화사가 이겼으나 법원은 2심에서 중국동포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영화사에게 “중국동포에게 사과하라.”는 화해권고판결을 내렸고, 2020년 4월 1일 확정판결 됐다. 약 560만 관객이 극장을 찾고, 소송을 한지 1년 6개월의 시간이 지난 뒤에 나온 결론이었다.
불안과 차별
연장선이다. YTN 특집 <코로나 시대의 이주민들>은 다룬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 비춰진 중국동포의 모습에, 코로나 19 이후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의 불안한 삶을 그린다. 코로나 19로 발길이 뚝 끊겨 매출이 30% 이상을 줄어든 중국동포의 하루하루를 비추며, 중국인과 중국동포가 많이 사는 동네에 ‘코로나 19 확진자’가 나올까봐 가슴을 졸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전염병도 문제지만, 이 전염병 때문에 기존 중국인과 중국동포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더 나빠질까봐 두려워하는 이주민의 목소리를 전했다.
불안만 다룬 게 아니다. YTN <코로나 시대의 이주민들>은 중국동포가 왜 불안에 떨 수밖에 없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조선족들은 다 노예지 뭐가 동포냐?”, “동포가 아니라는데 왜 자꾸 한국에 들어와서 동포라고 우기는 거냐?”라는 우리 사회 혐오를 상세히 설명했다. 중국에선 한족에게 조선족이라고 무시당하고, 한국에서는 진짜 한국인이 아닌 ‘동포’라는 이유로 냉대 받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렸다.
나아가 방송은 그렸다. 우리 사회 차별의 현주소를 자세히 보여줬다. 이 불안과 차별이 중국동포뿐만 아니라 다른 이주민에게서도 나타나고 있음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권리
햇수로 20년이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선부당의 ‘땟골 마을’은 고려인이라 불리는 이들이 한국사회에 정착해 산 시간이다. 방송은 ‘조선족’이라고 불리는 중국동포에 이어 중앙아시아와 연해주에서 온 고려인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는 상황도 이해하기 쉽게 그려 냈다.
코로나 19라는 세계적 전염병은 이 마을도 예외 없이 통과했다. YTN 특집 <코로나 시대의 이주민들> 방송은 이 전염병으로 등교가 제한되어, 대신 지역돌봄센터에서 교육을 받는 이주민 아이들의 삶을 그려냈다. ‘한글’로만 제작된 기존 교과서와 교육 영상 때문에, 러시아어에 익숙해 한국말이 서툰 고려인 4세들이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는 현실을 구체적으로 보여줬다.
그래서 보여준다. 방송은 코로나 19가 아이들의 ‘학습권’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음을 꼬집었다. 국내 교육과정을 잘 모르는 고려인 부모로부터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고려인 4세들이, 코로나 19의 여파로 정규교육에서 벗어나 임시방편으로 공부하는 실정을 상세히 나타냈다. 이로 인해 아이들의 학습 지체와 학력 격차를 쉽게 가늠할 수 없음을 강조,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7만원
바야흐로 재난시대다. 코로나 19라는 전대미문의 전염병에, 불볕더위, 기록적인 장마가 2020년 한국사회를 관통했다. 위기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YTN 특집 <코로나 시대의 이주민들> 방송은 보여줬다. 차별과 냉대를 겪은 우리 사회 이주민의 모습만 보여주는 것을 넘어, 앞으로 어떻게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지를 제시했다.
‘보통교부세’라는 제도가 있다. 정부가 지자체의 재정 균형을 위해 용도에 제한을 두지 않고 교부하는 재원이다. 방송은 안산시가 유례없는 이례적인 상황에서 보통교부세를 활요, 이주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사실을 보여줬다. 기존 영주권자와 결혼이민자에게 한정됐던 재난지원금 지급대상을, 장기화된 코로나 19 속에 이주노동자와 유학생 등 외국인 등록을 한 이들에게도 그 범위를 확대했다.
그렇게 방송은 반복되는 위기에서 더 난처해질 수밖에 없는 이주민과 함께 살 수 있는 길을 제시했다. 안산시를 시작으로, 경기도 부천시, 부산시 중구 등의 일부 지자체에서 체류지 등록을 외국인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음을 구체적으로 보여줬다. 재난지원금 지급을 두고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다루며, 우리 사회 일원이지만, 중요한 정책 결정 과정에서 소외받는 이주민의 현실을 나타냈다.
7만 원. 코로나 19가 터지자 경기도 안산시가 우리 사회 외국인에게 준 지원금이다. 맞다. 이 돈은 누군가에게 크다고 하면 큰 금액이고 작다고 하면 적은 금액이다. 하지만 이 7만 원이 우리사회 사각지대에 있는 이주민에게 쓰인다면?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 큰 도움이다. 방송은 이 재난지원금 지급 논란을 설명하며, 앞으로 우리 사회와 구성원이 무엇을 함께 고민해야하는지 질문을 던졌다.
약자는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지켜내기가 힘들다. 쉽지 않다. 우리 사회에서 이주민은 소수이고 동시에 약자다. 그래서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돈을 얼마 주고 마냐는 ‘액수’의 문제를 넘어, 종교, 인종, 국적을 떠나 누구나 기본적으로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단지 국적이 같지 않다는 이유로 침해해서는 안 된다. 코로나 19의 위기가 장기화 될수록 오히려 더 보장해야 한다. 이것이 YTN 특집 <코로나 시대의 이주민들> 방송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다.
글 | 정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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