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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30 [VOM커버스토리] 바다 위 착취공장 어선 속 선원 이주노동자

이주민방송MWTV 2023. 3. 14. 20:08

바다 위 착취공장 어선 속 선원 이주노동자

지난 6월 8일 안국동 걸스카웃회관 10층 강당에서 선원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경주이주노동자센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이주와 인권연구소, 익산노동자의집, 공익변호사와 함께하는 동행, 공익법센터 어필), 시민환경연구소,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재단 등 주최로 ‘이주 어선원 인권침해 및 불법어업 실태고발 토론회’가 열렸다.

한국기업의 원양어선과 연근해 어선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끔찍한 상황이 낱낱이 고발되었다. 발표를 들으면서 2011년이 떠올랐다. 하루 16시간 일하며 월급 31만원 받고 갖은 욕설과 모욕, 폭행, 심지어 성추행까지 당하며 한국 사조오양 소속 ‘오양 75호’에서 일하던 인도네시아 선원 32명이 배가 뉴질랜드에 정박했을 때 탈출하여 뉴질랜드 정부와 사회에 도움을 호소해서 파문을 일으킨 사건이었다. 이들은 국제민주연대를 통해 2011년 10월에 한국의 국가인권위에 성추행과 임금착취에 대해 진정을 냈지만 기각당했다. 사조오양 측은 책임을 회피하기만 했다. 그때 그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지금도 똑같은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원양어선에서 일하는 외국인 선원들의 실태는 ‘현대판 노예노동 및 인신매매’에 준하는 상황이라고 김종철변호사는 발표했다. 한국 참치잡이 배는 전 세계 25개 상위 수산 국가 중 연속 해상조업시간, 항해시간, 항해거리 부문에서 세계 1위라고 한다. 그러나 “맞고 욕 먹으며 하루 18시간 일하고, 아파도 일해야 하는 인권 사각지대”이다. “같은 노동을 하는 한국인 어선원 임금의 10분의 1, 이마저 온갖 명목으로 송출업체에 뜯긴다.” 공익법센터 어필은 2016-2019년 사이에 한국 원양어선 41척에서 일했던 54명의 이주노동자 선원들과 인터뷰한 결과이다. 동원, 사조, 신라 등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유명 업체들이다. 이들은 절반이상(57%)이 하루 18시간 이상, 26%가 하루 20시간 이상 일했다. 수면시간 포함 휴식시간은 6시간 이하였다. 그렇게 일해도, 불법적으로 정해진 최저임금 457달러보다 낮은 임금을 받았다. 최저임금 자체가 한국인 선원에 비해 차별적으로 책정되고, 인센티브 격인 보합제에서 제외됨으로 인해 임금은 10분의 1 수준이다. 폭력과 욕설은 일상적으로 행해지고, 아파도 계속 일을 강요당했다. 한국인들은 생수나 정수기 물을 마시면서 이주노동자들에게는 소김기 있고 오염된 식수를 주는 사례도 있었다. 그런데도 이들은 ‘매인 몸’이어서 도망가지도 못했다. 송출비용이 높고, 일을 중단할 경우 돌려받지 못하는 이탈보증금도 고액이기 때문이다. 여권도 압수되고 월급도 첫 1~3개월 주지 않았다.

 

연근해 어선(20톤 이상)에서 일하는 선원들도 마찬가지였다. 통영의 한 멸치잡이 선주에 고용된 인도네시아 노동자 24명은 총 5억원이 넘는 임금이 체불되어서 3월에 지방해양수산청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들은 별도 숙소도 없이 배 안이나 열악한 컨테이너에 살았다. 쉬는 날도 없이 하루 14시간 이상을 일했지만 최저임금만 받았다. 노동자 송입업체들은 불법적인 수수료를 매월 징수하고, 송출업체는 송출비용을 어마어마하게 받는다. 인도네시아 선원이 내야 하는 송출비용이 1,400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탈보증금 징수, 여권 압류도 마찬가지였다. 욕설과 폭행 등 선주와 한국 노동자들은 노예와 머슴처럼 이주노동자를 부렸다. 선원법에서는 휴게 및 휴일 조항을 어선에 적용하지 않아서 문제가 심각하다. 초과수당도 받을 수 없다. 내국인 선원 최저임금은 2020년에 221만 5,960원인데 이주노동자는 172만 3,497원에 불과하다. 또한 보합제에서도 배제되어 내국인과 격차는 훨씬 크다.

이주와인권연구소 이한숙 소장은 개선방안 발표를 통해 ▲최저임금 차별 철폐 ▲휴게 및 휴일 보장(24시간 동안 최소 7시간 및 7일 동안 77시간 이상) ▲여권압수 관행 근절 ▲송출비용 철폐(송출과정을 브로커업체와 수협에 맡기지 말고 공적으로 할 것) ▲권리구제 핫라인 구축할 것 등을 제시했다. 바다 위 착취공장 어선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의 기본적인 인권과 노동권이 제대로 보장되도록 선원이주노동자네트워크는 계속 활동해 나갈 것이다.

 

 

 

글 | 정영섭 
사진 | Darwish Musab/무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