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illegal
필리핀 출신 제나(가명)씨는 미등록체류자다. 미디어나 정부에서 소위 말하는 불법체류자이다. 그녀는 2019년 6월 20일 공장에서 일을 하다 출입국 단속에 잡혔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세 살 딸이 있어 한 달 후에 떠나라는 출국명령서를 받고 풀려났다. 출국 준비를 하며 2015년부터 다니던 공장도 6월 30일자로 그만두었다.
그녀에게는 1천만 원 정도의 퇴직금이 발생했다. 그녀는 사업주에게 퇴직금을 요청하자, 사업주는 불법고용에 대한 벌금으로 자신이 5백만원을 냈다며 퇴직금으로 2백만원만 준다고 했다. 그래서 그녀는 퇴직금 문제로 이주민센터를 방문했다.
사업주에게 전화를 거니 4백만원으로 퉁치자는 제안을 한다. 노동자의 생활안정보장을 위해 퇴직 후 체불된 임금/퇴직금을 사업장 대신 국가가 먼저 지급하는 ‘소액체당금’ 제도가 있다. 제도의 지원 상한액이 1천만원이며 진행하기 위해서는 최소 6개월 이상이 걸린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1000만원을 전부 받을 수 있는 상황인데, 400만원이라니. 사업주 마음대로 금액을 줄이는 것도 황당하다.
그녀와 나는 노동청에 진정을 하기로 했다.근로기준법에 따라 퇴직 후 14일 이후부터 체불된 임금/퇴직금을 노동청에 진정 할 수 있다. 보통 1차 출석일은 진정을 하고 3-4주 후에 잡히나, 노동부에 사건이 많을 경우 더 늦어질 수도 있다.
문제는 그녀의 출국명령서에 적힌 출국기한일이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그녀는 6월 30일에 퇴직했으니 7월 15일부터 노동청 진정이 가능하다. 그런데 출국기한일은 7월 17일인 것이다. 물론 노동청 진정을 넣고 센터에서 위임받아 진행하면 된다. 하지만 사업주와 진술이 많이 다를 경우 당사자 출석 하에 대질심문이 필요한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최대한 1차 출석만큼은 당사자가 직접 조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그런데 1차 출석일도 언제 잡힐지 모르는 불명확한 상황.
그녀는 출국기한일에 맞춰 돌아가고 싶었다. 이미 비행기 티켓도 모두 끊어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노동청 조사를 위해 한 달 만이라도 출국기한을 연장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사실 출입국에서 출국기한을 연장해줄지도 확실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틀을 고민하다 한 달을 기다리는 것으로 결정했다.
7월 16일 우리는 출입국관리사무소를 방문했다. 번호표를 뽑고 기다렸다. 기다리면서 그녀는 어떤 마음 이었을까? 출국명령을 받은 미등록체류자의 출국기한 연장문의를 대한민국 출입국이 받아들일까?
드디어 순서는 왔고,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설명을 했다.
▷ 나: (설명설명)…… 그래서 출국기한을 단 한 달만이라도 연장할 수 있는지 문의를 드리고자 왔어요.
▶ 출입국직원: 출국명령은 더 연장할 수 없어요. 출국기한에 가야해요.
▷ 나: 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방법을 찾고자 온거에요. 퇴직금이 발생하는데, 노동청 1차 출석만이라도 받고 갈 수 있도록 한 달만 연장을 요청드리는 거에요.
▶ 출입국직원: 이 분은 2015년 8월부터 체류지 소재불명으로 등록 된 것이 없어요. 일했다는 기록이 없는데 퇴직금 발생은 말이 안되요.
▷ 나: (WHAT?!) 당연히 그 이후로 미등록이 되셨으니까 등록된 것이 없죠. 지금 여기에 이 분이 계시잖아요. 2015년 8월 이후부터 OOO사업장에서 일을 하셨고 받으셔야할 퇴직금이 있어요.
▶ 출입국직원: 그렇다면 불법으로 취업한 것이고 이 사람이 잘못한거에요. 연장하려면 불법으로 있었던 기간의 벌금을 전부 내셔야 해요.
▷ 나: 노동법으로 체류자격 상관없이 노동을 했다면 노동자이고 임금을 받을 수 있고, 사업장에서는 이미 불법고용한 것에 대한 벌금도 다 냈습니다.
▶ 출입국직원: 한 번 더 이야기해볼 테니 기다려주세요.
(30분 후)
▶ 출입국직원: 사범과 과장님과 한번 이야기해보세요.
결론은?
한 달 연장이 되었다. 새로 잡힌 출국기한 내로 노동부 출석일이 잡히기를 기도해야했다. 다행이도 출석일이 출국기한 내로 잡혔고 노동부 조사를 다녀왔다. 사업주는 6백만원을 당장 지급할 수 있다고 했고 본국에 하루라도 빨리 돌아가고 싶었던 그녀는 그 돈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하나의 케이스가 종결되었다.
그런데 그녀는 왜 미등록이 되었을까? 그녀에게는 좋은 목소리와 가창력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에게는 부양해야할 가족이 있었다. 한국에서 가수로 활동하며 돈을 벌수 있다고 하여 2013년 예술흥행비자로 한국에 입국했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은 그녀를 클럽으로 보냈고 그녀는 클럽들을 돌며 성매매를 강요받았다. 도망을 쳤다.
그렇게 그녀는 출입국에서 이야기한 대로 2015년 8월부터 체류지 소재불명으로 미등록자가 되었다.
기록에 없으면 눈 앞에 있어도 존재하지 않는 존재가 되버리는 사라진 사람들.
불법행위는 대체 누가한걸까?
글 | 강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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