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으며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역시 현장에서 밀접하게 활동하는 연구자의 글은 참 다르다는 생각이었다. 책의 내용들은 결국 저자가 그동안 해 온 활동의 총합처럼 영역별로 이해하기 쉽게 잘 정리되어 있다. 그렇게 보면 책의 내용에 대한 신뢰는 저자에 대한 신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활동에서 법안 마련을 위해 애쓰는 그 모습과 성소수자들의 문제를 풀어내려는 여러 활동과 연구들 그리고 작년에 함께 했던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 정부 보고를 대응하기 위한 사무국 활동과 스위스 제네바 현지 활동의 동행까지, 그리고 이러저러한 곳곳에서의 그녀와의 마주침을 생각해보면 나 같은 활동가도 따라잡기 힘든 다방면의 반차별 활동가이자 연구자였다.
그런 그녀가 자기반성으로부터 시작하는 책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우리가 일상에서 얼마나 쉽게 차별의 가해자가 되거나 피해자가 될 수 있는지를 섬세하게 잘 드러내고 있다.
이렇듯 말의 실수가 아니라 인식의 기반에서 비롯된 차별일 수 있다는 자각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최근의 전북 익산시장의 다문화가족자녀를 향한 ‘잡종’발언인 것이다. 익산시장은 다문화가족자녀의 우수성을 드러내려는 의도로 쓴 말이라고 항변했으나, 오히려 이주여성들의 분노를 확산시키는 역효과를 가져왔다. 이렇듯 선량한 의도가 결과적으로 선량한 것이 아니다. 그런가 하면 그 선량함이 누구의 입장인지도 중요한 화두이다. 그래서 사회적 다수자로서 말하는 것과 사회적 소수자로서 말하는 것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기도 하다.
평상시 사고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차별인지 아닌지를 헷갈릴 수 있는 모호성과 위선을 드러내고 솔직함으로 자신을 직시하면서, 잘못된 것은 반성하고 부족한 것은 성찰하게 하는 책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그래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아주 보통의 인간으로서 흔히 범하기 쉬운 차별부터 의도적 차별에 이르기까지 살펴보고 기준을 세우게 하는 책이다. 또한 활동가 입문서로도 훌륭해서 이제 막 반차별운동과 인권 운동에 뛰어든 활동가들에게 세심한 반차별 감각을 세우게 해줄 것이며, 나처럼 오래 활동한 사람도 헷갈리고 놓치고 무감해질 수 있는 감수성을 다시 날 세우게 하는 지침서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읽고 공유했으면 좋겠다. 우리의 무디어진 감각을 깨워 세상의 변화를 만드는데 길잡이 책이 될 테니 말이다.
글 | 정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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