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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9 [VOM현장]2019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 맞이 이주노동자 증언대회 ‘이주노동자, 이곳에 삶’

이주민방송MWTV 2023. 3. 13. 22:52

2019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 맞이 이주노동자 증언대회
‘이주노동자, 이곳에 삶’

지난 17일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International Day for the Elimination of Racial Discrimination)’을 맞아 이주노동자 증언대회 ‘이주노동자, 이곳에 삶’이 서울 중구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열렸다. 행사는 이주노동자노동조합(Migrants’ Trade Union(MTU), 이하 이주노조) 주최로 개최됐으며 이주공동행동, 민주노총, 경기이주공대위, 지구인의 정류장(크메르노동권협회)가 함께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위원장은 개회사에서 “UN이 UN총회에서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을 선포한 지 50년이 넘었지만, 한국 정부가 이주노동자들을 대하는 태도는 바뀐 것이 없다”며 “이주노동자에게 지금 이 사회를 그대로 물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인종차별 철폐의 날은 원래 오는 21일이지만, 대다수의 이주노동자들이 일요일밖에 쉬지 못해 오늘 증언대회를 하기로 했다”고 토로했다.

 

플라스틱 기계에 손가락 골절돼도 산재 처리 못 받고 용접 먼지에 눈 못 떠도 사업장 이동 못해

다음으로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장에서 직접 경험한 다양한 차별 및 부당대우 사례를 증언했다.

2013년 고용허가제를 통해 한국에 입국해 3년 간 공장에서 일했다는 B(방글라데시) 씨는 “현재 비자를 연장하지 못해 미등록체류자 상태”라고 했다. B씨가 일한 지 1년 6개월이 됐을 무렵 사업주 측에게 성희롱을 당했지만, 항의를 하니 도리어 사업주가 비자를 연장해주지 않겠다고 B씨를 협박했다. 약속한 3년이 지났지만 결국 비자가 연장이 안 돼 B씨는 미등록체류자가 됐다. B씨는 “고용허가제 하에서 모든 권한은 사장에게 있기 때문에 성희롱을 당해도 이주노동자들이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며 “더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재해 피해를 증언한 파룩(방글라데시) 씨는 “플라스틱 프레스 기계를 다루다 지난달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골절됐다”고 말했다. 산재 신청을 하려 했지만, 4년 간 한 공장에서 성실하게 일해야 사업주 허가 하에 고향에 갔다가 다시 한국에 와서 일할 수 있는 ‘성실근로자 제도’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사업주는 산재 처리를 하지 말 것을 요구했고, 파룩 씨는 결국 자비로 치료를 받았다. 파룩 씨는 “비자 관련 권한을 사업주에게 줘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사업장 변경 문제가 지적됐다. 4년여 간 용접 일을 하고 있는 서허뎁 요기(네팔) 씨는 “회사에 먼지가 너무 많아서 눈을 잘 못 뜰 정도”라며 “사업장을 변경하고 싶지만, 사장은 ‘네팔에 가고 싶으면 가라’는 식이다”고 했다. 요즈음 요기 씨는 눈이 아픈 데다 허리까지 아파 약을 먹어야 할 정도다. “사업장이 마음에 안 들 경우 노동자가 사업장을 떠날 수 있도록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법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체불된 임금 연 1000만 원에 달해
노동청에 진정 넣어도 사장 말만 반영

 

임금 체불 문제에 대한 증언도 이어졌다. 우떰 께시(네팔) 씨는 “2018년 9월 비자가 만료된 이후 야근 수당을 못 받았다”며 “4년 간 받은 월급 또한 50~100만 원 가량 체불돼 체불 임금과 수당을 모두 계산해 보니 연 1000만 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우떰 씨는 현재 생활이 어려워 친구 집에 거주하며 생활비를 알음알음 대출받다가 빚을 500만 원까지 졌다. 노동청에 진정을 넣었지만 노동청 조사에서 사업주는 ‘3천만 원 넘게 반품됐다’거나 ‘야간 근무 중에 잠을 잤다’고 거짓말을 했다. 노동청은 임금 지급 결정을 여전히 내리지 않고 있다.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2018년 최종견해에서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이동의 자유와 건강보험의 내국인과 동일한 대우, 그리고 단속추방에 대해 개선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앞서 증언한 노동자들의 사례처럼 한국사회는 이주노동자와 관련한 인종차별적 제도와 관행을 개선해야 함을 국제사회가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2년뒤 다음 20차 정부심의보고서 제출기간까지 이러한 사항에 대한 이행을 위한 실질적인 개선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이에 유엔인종차별위원회 심의에 대한 정부보고서에 대응하는 시민사회대응사무국은 15일 회의를 통해 정부의 이행상황을 지속적으로 감시하는 모니터링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한 바 있다.

 

 

글 | 이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