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회 이주민영화제 비밀조직단 추천작
HOOD
“어떻게 저 사람이랑 잘 지낼 수 있어? 저 사람 조선족이잖아” “응? 나도 조선족이야…” 영화 <HOOD>의 주인공은 한국에 온지 642일, 조선족이다. 한국에서의 생활이 낯설지만, 나름대로 적응하는 방법을 찾고 있는 중이다. 한국 사회에서 조선족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이주민으로 산다는 것은?
2018년 1월 기준 국내에 거주하는 재중교포 인구가 단순 체류자와 귀화자를 포함하여 80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우리나라 인구의 1%를 웃도는 수치이다. 이미 재중교포는 영화 속에서만 등장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함께 있는 사람들인 것이다. 재중교포가 한국으로 유입되기 시작한 시기는 1992년 한-중 수교 이후라고 볼 수 있다. 중국어와 한국어를 모두 구사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중국에 진출하는 한국기업의 안내자의 역할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건설, 제조, 식당을 비롯한 서비스업 등 3D업종을 중심으로 한국의 부족한 노동력을 대신해 왔다. 하지만 정부의 노동 정책이 저임금 노동력 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에, 이들은 대학을 졸업하고도 단순노무직에 종사했고 직업에 따른 차별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게 됐다.
한국 사회가 재중교포의 이미지를 해석하는 방식은 기존의 미디어들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대부분 우스꽝스럽고 어눌한 말투의 범죄자로 묘사한다. 또한 지난 제주 난민 사건을 경험하며 재중교포만이 아니라 이주민들이 범죄를 일으킨다는 생각도 우리 속에 자리 잡혔다. 그렇다면 정말 재중교포를 비롯한 이주민의 범죄율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을까? 2016년 경찰청 범죄통계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외국인 범죄율은 한국인 범죄율에 비해 그 수치가 현저히 낮음을 알 수 있다. 인구 10만 명당 한국인 범죄 발생 수가 3495건인 반면 외국인은 2003건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조선족의 범죄율은 어떨까? 조선족은 국내 거주 중국인의 다수를 차지하는데 경찰청 통계에서는 조선족을 따로 분류하지 않는다. 따라서 중국인 범죄율을 통해 조선족 범죄율을 짐작할 수 있다. 국내 거주 중국인들의 범죄율은 인구 10만 명당 2220명 수준으로 경찰청이 분류한 16개국 중 인구 10만 명당 4837명이던 러시아와 1181명이던 필리핀의 중간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외국인만을 두고 비교했을 때도 조선족은 결코 높은 편이 아니라는 것이다.
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주민에 대해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선택된 사실을 바탕으로 생각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앞서서 언급했던 것처럼 기존 미디어의 경우, 왜곡된 흥미와 이미지 중심의 재현을 통해 이윤추구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 과정에서 소수자 문제에 대한 비판적 분석과 대안 제시는 외면 받는다. 이는 주류 미디어의 제작자들과 소비자들이 소수자가 아닌 경우가 압도적이기 때문에 이주민 등 소수자 문제에 민감하지 못하며, 피상적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주민 영화제와 같은 소수자 미디어이자, 대안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나라, 우리 지역, 우리 마을, 우리 집 등은 한편으로 내가 속한 공간 이 외의 다른 공간과 구분하는 지점이 되기도 한다. 안정적인 나와 그렇지 않아 보이는 타인들로 나뉜다. 그리고 이 구분에 따른 차이는 차별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어느새 우리의 생각에 자리 잡은 사회적 사실로부터 자유롭기는 힘들다. 하지만 문득 서로가 다른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너와 내가 함께하는 공간에서는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지내게 될지가 궁금할 뿐이기 때문이다.
글 | 임정혁
'뉴스VOM'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8.10.22 평등행진 우리가 간다! (0) | 2023.03.13 |
---|---|
2018.10.16 미누동지를 기리기 위한 추모제 (0) | 2023.03.13 |
2018.10.04 전국이주노동자대회를 지지하고 연대하는 기자회견 (0) | 2023.03.13 |
2018.09.23 [BOOK TALK] ‘인종차별’에 관해 말하다!’ 시리즈 < TALK 3. > (0) | 2023.03.13 |
2018.09.21 [VOM_기자단] 9월 16일 난민과 함께하는 행동의 날 (0) | 2023.03.13 |